좋은 경영자
기업의 경영자란 배로 치면 함장이고 경마로 치면 기수이고 국가로 치면 지도자일 것입니다.
예전에 인상깊게 본 영화중에 ‘크림슨 타이드’란 영화가 있습니다. 덴젤 워싱턴과 진 헥크만이 주연한 것으로 외부 세계와 통신이 단절된 핵잠수함 안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놓고 두 사람의 판단력과 결단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핵잠수함을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두 사람을 경영자로 본다면 경영자의 판단력과 의사결정력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지멘스의 외트링하우스는 ‘좋은 노동자와 나쁜 노동자의 생산성의 차이는 2 대1 정도이고 좋은 기술자와 나쁜 기술자의 차이는 6 대 1 정도이고 좋은 경영자와 나쁜 경영자의 차이는 무한대 대 1 ‘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만큰 좋은 경영자, 좋은 함장, 좋은 기수, 좋은 지도자의 가치는 클 것입니다.
좋은 경영자란 능력을 갖고 있는 경영자를 말할 것입니다. 여기서 능력이란 모든 것을 할수 있는 천재적인 지적 능력이나 전지전능한 강인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기업이 현재 할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할수 있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할수 없는 것에 도전하는 천재보다 할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바보가 더 현명한 것입니다.
미국엔 대표적인 두개의 할인점이 있습니다. 바로 K마트와 월마트입니다.
그리고 K마트는 월마트보다 먼저 미국시장을 선점했으며 세계화에도 먼저 뛰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K마트는 파산하였고 후발주자 월마트는 성공하였습니다.
사업확장은 모든 기업이 나아갈 방향이지만 그것을 이룰수 있는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확보했느냐는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사업확장을 할수 있는 충분한 현금창출력과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승부를 걸어야 성공하는 것입니다.
K마트는 할수 있는 조건과 상황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할수 없는 영역에 도전하여 실패한 것입니다.
사업확장을 할수 있는 능력과 조건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적으로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를 진행했고 외부적으론 무리한 세계화를 시도하다가 현금 유동성부족으로 결국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월마트가 세계적인 위대한 기업으로 성공한 것은 월마트가 세계화의 과정에서 승승장구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순풍만 불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월마트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성공건수보단 실패건수가 더 많을 것입니다.
월마트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선 성공했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에선 참패했습니다. 일본에선 겨우 정착하는 정도이고 홍콩이나 인도네시아에선 참패하여 사업을 철수하였습니다.
한국에선 실패하였고 중국에선 생명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성공했지만 독일에선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 많은 위험과 실패를 겪었지만 파산하긴 커녕 오히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왜 일까요?
바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나아갈수 있는 만큼 한발 한발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할수 있는 것 만큼만 갈수 있는 거리만 넘을수 있는 높이만 넘으며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화의 과정에서 실패를 하고 손해를 봐도 그것이 기업전체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은채 꾸준히 성장한 것입니다.
무조건 100% 성공하길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일 것입니다. 기업은 성공도 할수 있고 실패도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업은 단 한번의 실패로 몰락하고 어떤 기업은 몇번의 실패를 경험해도 결국은 성공합니다.
에디슨이 유명해진 것은 모든 발명에 100% 성공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에디슨은 설공건수보다 실패건수가 더 많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번의 성공과 실패가 기업전체의 운명을 모두 걸 정도로 무모한 도박인가 아닌가일 것입니다.
한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세계화에 먼저 뛰어든 것은 대우그룹입니다. 그러나 대우그룹은 파산했습니다.
세계경영에 뛰어들 현금창출력과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할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할수 없는 것에 도전하여 실패한 것입니다.
물론 성공했다면 대박이겠지만 실패하면 파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무리한 도전을 계속한다면 지금 설혹 성공해 샴페인틀 터트렸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어느날 결국은 큰 위험에 봉착할 것입니다.
즉, 경영자의 능력이란 기업이 현재 놓인 상황과 조건하에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할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좋은 경영자 + 좋은 기업
그러나 워렌 버펫은 좋은 경영자라고 무조건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좋은 경영자가 별볼일 없는 2류기업을 살리려고 달려들어 보았자 얻는 것은 그 기업이 별볼일 없다는 것의 재확인 뿐일 것입니다.
(물론 과거 전기초자의 서두칠 사장같이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회사를 극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것은 드문 경우일 것입니다.)
좋은 경영자는 좋은 기업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할 것입니다. 워렌 버펫은 ‘좋은 기수는 형편없는 말이 아니라 좋은 말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함장이라도 밑창이 구멍난 배를 몰면 침몰하는 것이며 아무리 뛰어난 기수라도 늙은말에 올라타면 꼴찌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기수가 좋은 말에 올라타는 것 만큼 훌륭한 조건은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경영자가 좋은 기업을 경영하는 것만큼 훌륭한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좋은 경영자 + 좋은 기업 + 적합한 경영스타일
그러나 아무리 좋은 함장이라도 고깃배에 맞는 함장이 있고 전투함에 맞는 함장이 있을 것입니다.
전투함에 맞는 함장에게 고깃배를 몰게 하거나 고깃배에 맞는 함장에게 전투함을 몰게하면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의문일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기업을 세계 최고로 키웠지만 만약 빌 게이츠에게 건설업을 맡겼어도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을지 의문일 것입니다.
물론 성적이 아주 나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아주 뛰어난 성적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워렌 버펫의 말에 한 단어를 추가한다면 좋은 기수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좋은 말에서 아주 멋진 성적이 나올 것입니다.
여기 한국 기업사를 이끈 영웅 두 사람이 존재합니다. 바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병철회장과 정주영회장입니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아주 상반됩니다.
이병철은 치밀한 계산의 경영스타일이며 정주영은 저돌적 뚝심의 경영스타일입니다.
이병철은 생각하고 나서 뛰고 될것만 해라를 경영철학으로 생각한 경영자입니다.
정주영은 뛰고나서 생각하고 안되면 되게하라를 경영철학으로 생각한 경영자입니다.
둘다 한국의 기업사를 창조한 영웅이지만 그들의 경영스타일은 결국 그들의 기업선택을
갈라 놓게 됩니다.
치밀한 계산형인 이병철은 그 경영 철학에 맞게 무역과 전기, 전자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잘 못하는 분야인 뚝심이 필요한 조선이나 건설로 확장해 고전합니다.
저돌적 뚝심형인 정주영은 그 경영 철학에 맞게 건설과 조선과 자동차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잘 못하는 분야인 치밀함이 필요한 반도체나 전자로 확장해 고전합니다.
따라서 경영자의 성격과 경영스타일이 기업의 특성과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가가 아주 중요할 것입니다.
기업은 바뀔수 있어도 사람의 성격은 바뀌기 힘든 것입니다.
삼성이 무역과 전기, 전자에서 시작하고 현대가 건설과 조선과 자동차에서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그 둘이 자신의 경영스타일과 맞지 않는 영역에서 고전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경영자에겐 자신에게 맞는 영역과 맞지 않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자신있고 가장 잘 할수 있는 것을 하는 경영자가 훌륭한 경영자라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좋은 경영자가 자신의 적성과 가장 잘 맞는 기업특성을 가진 좋은 기업을 경영할 때 위대한 기업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당나귀는 금보다 당근을 더 좋아합니다. 당나귀가 금을 더 좋아하면 배탈이 날 것입니다. 그리고 당나귀는 사람보다 어느것이 더 좋은 당근인지 쉽게 구별해 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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