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는 투기는 없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 특히 투기가 어떻게 매력적인 근거로 포장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일본 경제에서 그 사례를 알아보고 거품 경제의 지속성 문제와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

핑계없는 무덤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럴싸한 무덤은 더욱더 그럴싸한 이유로 포장되어 있는 법입니다. 이유없는 투자는 없습니다.

하물며 투기에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투기가 진행되는 곳엔 대중을 현혹하고도 남을 만한 유혹과 경제학자들도 혹하고 넘어갈만한 근거들이 제시됩니다.

우리는 흔히들 잘못된 투자는 범하기 쉬어도 투기는 쉽게 피해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잘못된 투자는 잘 피해가지만 투기는 피해가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투자는 무엇인가 부족하고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어정쩡한 기업은 보통의 경우 그냥 투자를 포기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나 투기의 경우는 그 근거가 그럴싸하고 합당한듯 보이고 논리정연한듯 보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유혹이 강하며 대중을 쉽게 동화시킵니다.

따라서 투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이 투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아주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잘못된 투자는 피해가기 쉬워도 투기는 피해가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흔히들 고평가, 거품, 투기는 그냥 막연히 마구잡이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오히려 그 정반대입니다. 고평가와 거품일수록 그 이유는 더욱더 과학적인것 같고 더욱더 근거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일본 경제의 거품과 그 실체

일본은 1980년 중반부터 1990년까지 5년간 엄청난 주식상승(거품)을 경험했습니다. 일본주식의 평균 per는 200 ~ 300배에 달했습니다.

사양산업인 섬유업종의 per가 100배 였으며 어업업종의 per는 300배에 달했습니다. 항공주의 경우 고평가는 더욱더 심했으며 per 400~500배는 기본이고 어느 항공사는 per가 1,000배까지 이르렀습니다.

도쿄의 긴자거리에 20평짜리 아파트 한채를 마련하려면 100억원의 돈이 들었습니다. 그냥봐도 엄청난 거품인것 같은 이러한 일본의 거품은 그냥 마구잡이로 생긴 것일까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당시는 누가봐도 그럴것 같았고 오히려 그 이상일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평균per 200~300배는 너무나 싸보였습니다.

플라자합의이후 엔화는 두배이상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일본의 총가치가 두배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경제성장률로 달성하려면 수십년이 걸리는 업적을 엔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단 몇달만에 달성한 것입니다.

외국의 모든 자본들은 달러화약세 합의후 물밀듯이 일본으로 쏱아져 들어왔습니다. 일본은 돈이 넘쳐나서 주체를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 결과 기업의 실적은 경이적일 만큼 놀라왔으며 무엇을 하든 돈을 벌었습니다. 어느 기업은 이런 저런 사업을 마구잡이로 벌였으며 그 결과 작년대비 실적증가가 2000%가 넘는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전년대비 실적 1000% 증가는 감히 명함도 못내밀 지경이었습니다.

일본의 무역흑자는 날로 증가하여 세계의 모든 돈을 무역으로 빨아들였으며 주체할수 없는 무역흑자와 국제자본의 엔화사재기로 달러는 넘쳐났고 이를 미국채권을 구입하는데 물쓰듯 사용하였습니다. 이결과 미국의 소유권은 거의 일본에 넘어간듯 보였고 조만간 미국은 일본의 속국이 될것처럼 보였습니다.

기업들은 엔화가치상승과 주가상승으로 엄청난 실적을 달성했으며 이 기회를 이용해 자본수출(해외 현지공장건설)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결과 동남아 일대는 일본기업으로 넘쳐났으며 값싼 노동력으로 인한 일본제품의 원가경쟁력은 세계가 감히 도전할 엄두를 못낼 정도였습니다.

일본의 자동차는 세계를 석권하였으며 이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는 당연히 일본자동차였습니다. 일본정부는 시중자금의 증시유도를 정책적으로 독려했으며 수천조원의 자금이 예금에서 증시로 흘러드는 초울트라슈퍼 유동성이 보장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일본은 미국의 땅을 직접 구입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뉴욕의 맨하탄은 하나둘 일본인의 손에 넘어갔으며 세계적인 명문가인 엑손, 록펠러등이 소유한 빌딩들의 소유권 조차 일본기업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더나아가 콜롬비아 영화같은 문화계마저 일본기업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조만간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가 일본의 손에 장악될 듯이 보였습니다. 전세계 국민은 이러한 일본을 부러운 눈빛과 시기심으로 바라보았고 일본국민은 세계 어디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세계는 이제 대영제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일본으로 그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으로 보였으며 일본기업은 쇠도 녹일듯한 기세로 세계를 잠식해 들어갔습니다.

일본의 세계지배는 그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대세였으며 조만간 그것이 현실화 될것이라 모두 믿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현실화 되었습니다.

세계를 지배할 일본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단시일내에 그것이 가능할것 같은 일본의 입장에서는 per 200~300배는 오히려 싸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5년만에 그것은 꿈이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침몰했습니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럴싸한 여러이유로 포장되는 법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지속되며 그 연속성을 얼마나 보장해 주는가 입니다.

거품의 실체와 그 지속성의 문제

현실은 우리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투기가 불고 거품이 생기는 기업일수록 근거가 뚜렷하며 선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가치있는 기업일수록 무엇인가 빈약해 보이고 흠집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품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대중을 유혹하고도 남을 만큼 이론가들을 홀딱 반하게 하고도 남을만큼 여러가지 근거로 무장되어 있어 보이며 강렬합니다. 그래서 대중이 모이고 그래서 거품이 생기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것의 연속성입니다. 그 선명성이 얼마나 연속하여 가능할 것인가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그 연속성의 파악은 오히려 너무나 간단합니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판단할수 있는 수준인 경우가 다분합니다.

어느 기업이 실적이 좋아진다고 만약 그 기업이 매년 100%의 실적증가를 보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올해 순이익이 100억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30년후 그 기업은 어떻게 될까요? 10년후 순이익 10조, 20년후 순이익 10,000조, 30년후 순이익 10,737,814조 입니다. 그럼 알수 있습니다. 어느정도 연속성이 가능한지.

하물며 일본의 실적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할것 같지만 그런 상태가 10년만 지속되어도 이미 태양계를 지배할 정도로 무한 확장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것이 허무맹랑한 것임을 쉽게 일본의 거품을 눈치 챌수 있었을 것입니다. 일본기업의 1,000%의 실적증가가 장기적이 아닌 단기적인 사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정작 거품이 불면 그것을 거품이라 말하지 않고 혁명이라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튜율립거품이 불면 사람들은 그것을 튜율립거품이라 말하지 않고 튜율립혁명이라 말합니다.

인터넷거품이 불면 사람들은 그것을 인터넷거품이라 말하지 않고 인터넷혁명이라 말합니다. 철도거품이 불면 사람들은 그것을 철도거품이라 말하지 않고 철도혁명이라 말합니다.

이유없는 투기는 없는 법이며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한 상식인 것입니다. 그것이면 충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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